안전에 관해 심리학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학자였던 Munstberg는 사고 발생 원인을 기계나 환경이 아닌 '인간'으로 파악하였다. Munstberg는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를 인간의 '주의'가 적절치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위험을 낮추고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이것은 분산과 집중 모두를 적절하게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이다. Munstberg는 초기 전차 운전자 선발에서 적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차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심리 과정과 능력을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Munstberg가 사고 없이 기관차를 운전하기 위해서 가장 요구되는 능력으로 꼽은 것은 바로 주의의 적절한 배분과 집중 능력이었다. 산업심리학의 일부로 태동된 안전 심리학은 이처럼 인간이 가진 감각과 지각 능력에 대한 주목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감각과 지각 오류가 위험을 높이고 사고를 발생시킨다는 생각은 현대 산업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기계 과학을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계 과학이 위험을 감소시키기도 하지만 오히려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85년 8월 도쿄와 오사카 사이를 비행하던 보잉 747기는 우측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자동항법 장치가 없었다면 비행기 조종사는 감각 능력이나 지각 과정을 통해서 우측 엔진 이상을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항법 장치가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도 비행기의 계기판들은 모두 정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계치를 넘어서고 나서야 비행기는 갑작스럽게 추락했고,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기계공학적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지각이 안전의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던 안타까운 사례이다.
유기체는 자극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의 의미와 형태의 본질과 같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특징을 지각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 즉, 유기체는 감각을 종합해 의미를 찾아 지각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각의 특징 중 하나는 외부 환경의 의미를 가진 조직화된 상태로 인지하려는 것이다.
감각 수용기로 들어오는 물리적인 에너지로서의 자극은 광선이라는 빛 에너지의 배열로 감각되지만 유기체는 분리된 감각 정보들을 하나의 대상으로 조합해서 인식한다. 그리고 망막상의 위치 변화가 실제 움직임 때문인지 아니면 유기체 자신의 움직임 때문인지를 지각하게 된다. 시각장은 수평면상 180도 이상 되는 영역이고 수직면상으로는 130도 이상의 영역까지 시각 정보들을 탐지할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시각은 아주 작은 영역으로 한정되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불분명하게 인식된다.
분리되어서 제시되는 정보는 종합적인 확인과 해석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확인과 해석과정에 지각 체제화의 원리와 깊이 지각, 형태 재인 과정 및 주의 과정 등이 관여하게 된다. 주변 환경에 대해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감각 정보이지만, 지각을 형성하는 것은 감각 정보의 구성을 통해서이다. 그 한 가지 예로 맹점을 들 수 있다. 맹점에는 감각 입력이 없지만, 우리는 그 부분을 텅 빈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채워서 지각하게 된다. 맹점이 다른 감각 정보로 채워진 것이다. 지각은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진화의 산물이다. 먹이나 짝짓기의 대상을 잘 찾는 능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며, 포식자나 위험물을 피하는 것 또한 지각을 바탕으로 한 생존 능력의 일종이다. 우리는 환경으로부터 관련한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해석하여야 하는데 이것을 지각이 담당한다. 예를 들어, 지각은 정보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전체 모든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모서리나 움직임에 대한 탐지에 우선권을 준다. 어둠 속의 희미한 윤곽만으로도 포식자인지 먹잇감인지 알아내고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식자를 너무 늦게 알아채면 잡아 먹히게 되고, 먹잇감을 너무 늦게 알아채면 굶주리게 된다. 따라서 대체로 감각과 지각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물론 감각자극에 대한 탐지는 감각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청각자극은 시각자극보다 반응 시간이 짧고 신속하다. 감각 기관별 반응 시간은 청각은 0.17초, 촉각 0.18초, 촉각 0.18초, 시각 0.20초, 미각 0.29초, 통각은 0.70초 정도이다.
인간은 사바나 초원의 시속 16km에서 24km 정도의 속도에 적응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시속 16~24km의 속도에 적응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는 현대인은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자동차를 운전하고, 거리를 추정하며, 물건을 옮기고, 사물을 식별한다. 따라서 현대인의 삶은 원시시대를 살아가는 것만큼 혹은 어떤 때는 그 이상 위험하다.
수시로 감각과 지각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1. 감각
1) 감각경로
감각 경로란 유기체 내부와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경로를 말한다. 이 경로는 자극을 받으면 특정한 감각 경험을 유발한다. 하지만 자극이 무엇이건 간에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은 신경계 활동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외부 환경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들의 물리적 에너지가 신경계를 흥분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경험하기 때문이다.
위 경로는 감각 경로에서 물리적 에너지로부터 우리가 경험하고 행동하기까지의 단계를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 수용기란 어떤 물리적 에너지의 조그만 변화에도 반응하도록 되어 있는 세포 또는 세포군을 말한다. 예를 들어, 후각과 미각 수용기는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반면 시각 수용기는 빛 전자 에너지에 반응한다.
유기체가 주변 세계를 알려면 물리적 에너지를 신경계 내의 활동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 과정을 변환이라고 한다. 변환은 자극을 모든 뉴런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즉 신경흥분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용기는 물리적 에너지를 전압으로 바꾸는데, 이것을 수용기 전압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기적 자극 중 신경흥분을 유발시키는 것을 생성 전압이라고 한다. 그리고 환경 사건에 대한 신경흥분 패턴을 구심 부호라고 하며, 이것이 마지막에는 감각 경험이나 행동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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