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탄생과 동시에 위험을 인식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위험은 줄어들지 않으며,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는 증가하고, 의미를 잃어버린 정보가 늘어나는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위험의 미해결성과 안전의 비충족성에 대한 인식은 '불안(anxiety)'이라는 심리내적 흔들림으로 나타난다. 완벽히 해결될 수 없는 위험과 충족될 수 없는 안전은 상쇄될 수 없는 근원적 위험에 대해 실존적 불안을 느끼도록 한다.
안전에 의해 상쇄되지 못한 위험은 개체의 기분이나 느낌, 정서와 인지적 측면을 통해서 인식되는데, 이것을 '위험감수성(danger sensitivity)'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험 감수성은 '안전에 의해 상쇄되지 못한 위험에 대한 주관적 인식' 혹은 해결되지 못한 위험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감수성이란 유기체가 내·외적인 자극을 수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유기체는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반응을 나타내는데, 변화된 환경에 대한 반응이 바로 감수성이다. 위험에 직면한 대상을 위험에 대한 예민함에 따라 위험을 평가하게 될 것이고 평가 결과에 따라 대책을 세우고 대응하게 된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주관성과 역투성의 특징으로 말미암아 현실에서 인식되는 위험은 둔감하거나 과민하게 평가되는 문제 상황에 놓이기 쉽다. 즉, 위험감수성은 적절성을 획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위험감수성이 적절성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은 위험 해결과 안전 충족을 방해하는 핵심적인 장애물이다. 왜냐하면 객관적 위험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어긋나 있다면 고조된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성취된 안전을 제대로 누릴 수 없도록 만드는 또 다른 위험 상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일례로 교통 상황에서의 위험 평가는 교통참여자가 교통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즉 위험에 대한 감수성이 어떠한지로 설명할 수 있다. Klebelsberg(1989)는 교통참여자가 교통 환경에서 인식한 위험감수성 정도에 따라 위험을 예측하고, 이것을 토대로 위험을 회피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안전행동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실제 교통 상황의 위험을 안일하게 평가하는 운전자는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위험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해 버릴 수 있다. 반대로 실제 교통 상황의 위험이 줄어들고 안전한 상홤임에도 낮아진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실제 운전 상황에서는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면서 제대로 된 행동을 선택하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사고 위험을 자신과 환경에 발생시킨다.
1) 위험감수성 구성 요인과 한국 사회 위험 대응의 문제점
Zimolong과 Trimpop 그리고 김인석, 이원영, 신용균과 이순철, 이영애, 이순열과 이순철, 오주석과 이순철 그리고 이순열 등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위험감수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위험감수성에 대한 4가지 구성 요인은 첫째, 체험 및 관찰적 경험과 정보, 둘째, 인지적 경험과 정보, 셋째, 지각적 경험과 정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서적 경험과 정보이다. 개인은 완벽히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속한 사회와 문화적 환경들과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집단의 위험감수성 또한 이상의 4가지 요소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독특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 사회의 위험감수성도 나름의 독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므로 발현된 현상을 토대로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빗길 자동차 운전 상황을 예로 들어 위험감수성에 영향을 미치는 4가지 요인의 개인적·사회적 작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운전자 개인은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겪어 왔던 과거 위험과 교통사고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과 정보 등을 통해서 현재 자신이 처한 빗길 교통 상황이 주는 위험을 평가하게 된다. 또한, 빗길과 자동차 운전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공학적 지식을 토대로 위험에 대해서 인식한다. 그리고 자신의 운전 능력과 자동차의 제동 성능 등을 평가해서 현재 차량 속도가 어느 정도 위험한 것인지 지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빗길 자동차 운전이 가져다주는 불안과 위험에 대한 정서적 평가 혹은 속도를 줄일 수 없게 만드는 사회·문화적 압력(빨리빨리 문화, 속도를 중시하는 의식 구조 등)이나 개인의 욕구와 태도(조급성) 혹은 가치 순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위험에 대한 최종적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4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위험감수성 수준은 위험에 대한 선택과 행동 결과에 따라서 다시 개인의 주관적인 위험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 구조를 가지게 된다. 개인이 가진 주관적 위험평가는 궁극적으로 위험에 대한 선택과 결과를 통해서 나타나는데, 사회나 조직의 위험감수성 또한 여러 가지 발현된 사회 제반 현상을 통해서 현상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위험감수성은 체험이나 관찰적 경험과 정보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Lee, Lee와 Song 그리고 이순열과 이순철은 교통사고 위험지수 연구를 통해서 교통사고 위험에 대한 인식이 과거 교통사고 경험이나 사고가 발생할 뻔했던 경험을 통해 민감해질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고 이전과 이후 유사한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대처가 달라졌다는 여러 보고가 있다. 이것은 체험이나 관찰적 경험과 정보가 위험감수성에 영향을 미치고 위험에 대한 대응과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고가 발생한 경험과 정보는 극심한 고통과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사고에 대한 직접적 체험이나 관찰적 경험과 정보 등은 위험감수성에 과민을 가져올 수 있고 불안과 분노 그리고 위기에 대한 정서적 고조는 또 다른 사건을 촉발할 수 있는 불씨가 된다. 반면, 위험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면 위험감수성은 둔감해질 수도 있다.
Daalmans는 위험평가에 있어서 위험 상황에서의 인간 행동을 3가지 학습모델로 제시하였다. 첫 번째는 고전적 조건형성으로, 사고라는 자극에 대한 공포반응으로서의 학습모델이다. 두 번째는 조작적 조건형성으로 위험과 공포를 어떻게 다루었는가에 대한 학습모델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다른 사람들이 위험과 공포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관찰함으로써 학습하게 되는 사회적 학습모델이다. 학습모델을 통한 위험평가를 보더라도 직접적 사고 경험과 사고 처리 경험 그리고 조직이나 사회구성원들이 위험과 사고를 어떻게 다루는가를 관찰하는 간접적 경험이 위험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 인식시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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