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위험은 객관적 위험과 객관적 안전이 가진 대칭 관계에 의해서 발생한다. 또한, 주관적 안전은 주관적 위험에 대한 의도적 반작용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안전이란 감내할 수 있는 위험수준 혹은 용인할 수 있는 위험을 지칭하는 것이다. 객관적 안전은 객관적 위험을 완벽히 상쇄시키거나 압도할 수 없다. 따라서 이순열은 "객관적 안전은 객관적 위험을 상쇄하고 남는 정도를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의미 없는 정보의 증가, 즉 의미 있는 정보의 감소 상황은 인간의 내면에 불안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불안은 대상이 존재하는 불안이 아니라 우주와 인간 존재 자체가 가지는 숙명적이며 실존적인 불안이다.
극복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인식은 객관적인 안전으로 상쇄시키지 못한 객관적 위험에 대한 인식과 마찬가지로 개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이고 주관적 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객관적 위험의 미해결성과 객관적 안전의 비충족성이 바로 위험과 안전을 주관적으로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주관성이라는 제한점이자 특성을 발생시킨다.
Maslow는 위험을 인식하고 안전해지려는 것을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욕구 중 하나로 지목하였다. 인간에게 위험을 줄이는 것은 숙명적인 과업이며 안전을 추구하는 것은 삶의 기본원리이자 방향이다. 하지만 위험을 해결하고 안전을 성취하려는 인간 삶의 동기들은 개개인이 신체를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겪어 온 경험과 정보에 대한 의미부여의 차이로 인해 인식에서 주관적인 차이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위험과 안전에 대한 인식의 주관성은 개체나 공동체에서 서로 다른 위험감수성을 가지도록 한다. 인간은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수용할 수 있는 위험 역치 이상에 대해서만 위험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이것이 개체마다 다르게 위험을 인식하는 감수성(위험감수성)으로 나타난다.
위험에 대한 평가가 개체마다 다르게 인식되는 이유는 개체마다 저마다의 경험과 정보가 다르게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험과 정보의 차이로 인해서 주관적 위험 인식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다면, 실체적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둔감하거나 민감하게 인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순열은 위험과 안전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적절성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문제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주관적 위험과 안전에 대한 인식 기준을 자신이 아니라 타자(약자)를 기준으로 인식하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자신을 기준으로 한 위험평가는 경험이나 정보의 과. 감으로 왜곡될 수 있다. 하지만 타자 특히 약자 편에서 위험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평가의 기준을 외부로 향하게 하기 때문에 객관적 위험과 안전에 대해서 보다 일치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 역투성과 문제 상황 극복
객관적 위험과 객관적 안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주관적 위험을 해결하고 주관적 안전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인식된 위험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투이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도적 에너지 공급은 주관적 위험과 주관적 안전의 관계에서 역투적인 특성(역투성)을 발생시킨다.
이순열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개체가 가진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정된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는 가치판단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위험을 극복하고 안전을 성취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어떻게 투입할 것이가는 인식한 주관적 위험과 주관적 안전 수준을 바탕으로 개체나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동기나 태도, 그리고 성격구조와 욕구 혹은 위험에 대한 정서적 반응 등에 따라 차이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필수적인 조건은 개체가 가진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상황과 맞물려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만들기 쉽다. 잘못된 선택은 발생된 위험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정된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몰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잘못된 선택은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의 에너지를 적절히 제대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적은 에너지만 사용해서 문제 상황만 넘기려는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역기능적 선택은 자신의 에너지 투여는 줄이고 대신, 타자의 에너지 투여로 자신의 위험을 해결하려는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위험 극복 및 안전 획득을 위한 에너지 투여를 타자에게 전가시켜서 자신의 에너지는 아끼고, 절약한 자신의 에너지는 다른 과제 해결이나 욕구 충족에 사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적절하게 투여해야만 한다. 열역학 물리 법칙을 보더라도 의도된 에너지 공급 없이 극복할 수 있는 위험은 없다. 적절하게 에너지를 투여하지 못하는 상황들은 결국 위험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상황에 빠지도록 만들 것이다.
이순열은 이러한 문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해결하고 안전을 획득하기 위해서 투여되어야 하는 에너지를 줄여 버린다든지, 에너지 투여를 자신이 아니라 타자에게 미루는 것이 결국 제대로 위험을 해결하지 못하고 안전을 획득하지 못하는 또 다른 위험의 반로가 됨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의식 수준을 고양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순열은 현대 인류가 위험(danger)을 줄이고 근원적인 안전(safe)을 성취하여 미래에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위험과 안전에 대한 인식에서 어디까지를 자기(self)의 범위로 포함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자신의 에너지를 기꺼이 타자(자기로 인식되고 포함되는 타자)의 위험 해결과 안전 충족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의식 수준의 도약을 실현해 낼 수 있느냐에 인류 번영을 위한 위험 해결과 안전 충족 여부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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